2026-10 공식 칼럼 (10)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

이민우 회계사 정평세무컨설팅 대표 공인회계사 이민우
· 2026.10.06 · 6분 독해
"사업 초창기 최대 빚이 5억을 넘어설 때,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나는 어차피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흙수저였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습니다. 개업 후 4년간 내 주머니엔 단 1원도 넣지 않고 전액 재투자했습니다. 사업가가 됐으면 내가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직원 월급과 남의 돈 갚을 것은 칼같이 지켜야 합니다. 신뢰를 잃으면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오늘날 정평세무컨설팅이 수많은 기업들의 세무 방패로 자리 잡고 수천 건의 자금출처와 기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탄탄한 자본과 좋은 환경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 사업의 출발선은 그런 낭만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것은 흙탕물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터였고, 매달 통장 잔고의 바닥을 마주해야 했던 처절한 공포의 연속이었습니다.

1. 빚 5억의 벼랑 끝: 무모했던 선투자와 불면의 밤

사업 초창기, 저는 기장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인 베팅을 감행했습니다.

일감이 들어오면 사람을 뽑는 일반적인 세무사무실의 관행을 뒤엎고, '우수한 담당자 선(先)셋팅'을 먼저 단행했습니다. 여기에 독자적인 기장 전산 시스템 개발비, 대규모 인프라 구축비, 그리고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밑 빠진 독처럼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와 인건비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사업 관련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대 5억 원을 훌쩍 넘어서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새벽 3시, 4시까지 뜬눈으로 천장을 노려보며 차가운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이러다 한순간에 삐끗해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 어떡하지? 수억의 빚더미를 안고 내 인생은 그대로 끝장나는 것인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숨 막히는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불면의 나날들이었습니다.

2. 결핍의 역설: 어차피 가진 것도 없었다, "못 먹어도 고!"

공포의 나락 끝에 서서 밤새 머리를 쥐어뜯다, 어느 순간 제 머릿속을 번개처럼 내리치는 서늘한 자각이 있었습니다.

"가만있어 봐라... 내가 도대체 뭘 잃을 게 있다고 이렇게 벌벌 떨고 있는 거지? 나는 원래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흙수저 출신 아니었던가?"

물려받은 유산이 있던 것도 아니고, 든든한 배경이나 비빌 언덕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신림동 고시원 단칸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내 몸뚱아리 하나와 회계학 책 한 권으로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던 놈이었습니다. 망해봤자 원점이고, 거리에 나앉아봤자 애초에 출발했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습니다.

잃을 것이 없는 자는 두려움이 없는 법입니다. 망하면 다시 막노동을 뛰든, 대리운전을 하든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두려움이 걷히자 오기와 독기가 솟구쳤습니다.

"좋다,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물러설 자리는 없다. 일단은 못 먹어도 고다!"
그 배수의 진을 친 결기가 저를 불면증의 늪에서 건져 올렸고, 오직 앞만 보고 미친 듯이 질주하게 만드는 심장이 되었습니다.

3. 4년의 결기: 내 주머니에는 단 1원도 넣지 않은 세월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하면 첫 달, 첫해부터 외제차를 뽑고 통장에서 돈을 빼내 개인의 품위를 유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본을 갉아먹는 사업은 거센 파도가 닥쳤을 때 모래성처럼 무너집니다.

제가 사업자 통장에서 제 개인 생활비와 용돈을 단 몇 푼이라도 처음 가져가기 시작한 것은, 개업 후 만 4년 차가 되던 해였습니다.

그전까지 햇수로 3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저는 제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을 철저하게 0원으로 묶어두었습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필드에서 발로 뛰어 번 돈, 거래처에서 들어온 기장료와 수수료는 단 1원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100% 회사로 재투자, 또 재투자되었습니다.

더 유능한 인재를 지키기 위해, 더 강력하고 빈틈없는 세무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대표 개인의 사리사욕을 철저히 유예했습니다. 그 뼈를 깎는 4년의 재투자가 있었기에, 5억의 부채는 점차 회사의 단단한 근육과 골격으로 치환될 수 있었습니다.

4. 사업자의 절대 도덕: "내가 굶어 죽어도 직원 급여는 칼같이 맞춘다"

사업을 경영하며 제가 목숨보다 무겁게 여긴 철칙이 있습니다.

"사업자가 됐으면, 내가 피눈물을 흘리고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직원의 급여 날짜는 1초의 오차도 없이 칼같이 맞춰줘야 한다."

회사의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결제 대금이 목을 조여올 때조차, 저는 직원들의 월급날만큼은 단 한 번도 단 하루도 미루지 않았습니다. 사채를 끌어다 쓰든 신용대출의 밑바닥을 긁어내든, 직원들의 땀방울에 대한 대가는 어떤 핑계로도 유예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남에게 빌린 돈,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부채 또한 내 밥숟가락을 내려놓더라도 가장 먼저 갚아놓고 시작해야 합니다. "회사가 조금 어려우니 월급을 다음 주에 주겠다", "사정이 이러니 거래처 대금을 미루겠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사업가가 아니라 무책임한 사기꾼에 불과합니다.

5. 신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돈은 잃으면 다시 피땀 흘려 벌어들이면 그만입니다. 부채 5억은 치열하게 일해서 갚아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신뢰'는 다릅니다. 직원과의 약속, 채권자와의 약속, 그리고 나를 믿고 회사의 재무와 세무를 통째로 맡겨준 고객과의 약속. 이 신뢰에 단 한 번의 금이 가고 균열이 생기는 순간, 비즈니스는 그 즉시 회생 불가능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잃을 것도 없다는 패기로 출발했지만, 그 거친 황무지에서 저를 지켜준 유일한 나침반은 바로 사람에 대한, 그리고 약속에 대한 이 지독한 결벽증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면의 밤을 보내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많은 창업가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밑바닥을 쳐본 자만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내 곁의 사람과 신뢰만은 목숨을 걸고 지켜내십시오. 그것이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유일한 불멸의 자산입니다.

이민우 대표회계사
이민우 공인회계사 대표

정평세무컨설팅 서울본사 대표회계사 (CPA / CTA DUAL)

포스코·삼성·현대 컨설팅 출신. 기장 시장의 불투명한 관행을 타파하고 합법적 철통 방어로 1000만 사장님의 땀방울을 지켜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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