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회계 업계에서 기장 비즈니스를 직접 경영하다 보면, 경영학과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상식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깨져 나가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됩니다.
기장 사업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역설적인 구조를 가진 비즈니스입니다. 모든 사업가들이 꿈꾸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이 바닥에서는 정반대인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로 둔갑하여 대표의 목을 조여오기 때문입니다.
1. 상식을 비웃는 시장: 고정비를 넘어서면 천국이 올 줄 알았다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플랫폼, IT 소프트웨어 사업은 명확한 공식을 따릅니다. 초기에 공장을 짓고 전산망을 구축하는 막대한 고정비(Fixed Cost)를 감당해야 하지만, 일단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단위당 제조원가는 수직 하락합니다. 추가 생산에 드는 한계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하면서 영업이익률이 30%, 40%로 폭발적으로 치솟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아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규 개업 세무사들이 장밋빛 환상을 품습니다. "일단 거래처를 500개, 1,000개 모아서 규모부터 키우자. 덩치가 커지면 저절로 돈방석에 앉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순진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립니다. 기장 비즈니스에는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이익률이 저절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천국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계단식 고정비의 덫: 사람이 늘어날 때마다 비용이 쿵쿵 뛰어오른다
기장 서비스의 본질은 공장에서 기계가 찍어내는 상품이 아닙니다. 숙련된 전문 인력이 자신의 '시간과 집중력'을 직접 갈아 넣어 거래처의 세무와 회계를 맞춰주는 철저한 노동집약형 사업입니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1만 명이 되든 10만 명이 되든 서버만 조금 늘리면 그만이지만, 기장은 거래처가 50개, 100개 늘어날 때마다 무조건 담당 직원을 1명, 2명씩 추가로 채용해야 합니다.
직원이 늘어나면 책상과 컴퓨터를 사야 하고, 고가의 세무 전산 라이선스를 추가해야 하며, 사무실 면적을 넓혀야 합니다. 비용이 완만하게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쿵- 쿵- 뛰어오르는 구조(Step Fixed Costs)를 피할 수 없습니다. 외형이 커진다고 해서 한계비용이 결코 줄어들지 않는 비극의 시작입니다.
3. 보이지 않는 괴물: 조직이 커질수록 증식하는 '간접비(Overhead)'의 습격
진짜 치명적인 칼날은 직원이 늘어나면서부터 조직 내부에서 번식하기 시작하는 '간접비'입니다.
사무실 인원이 5명, 10명일 때는 대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인사, 총무, 교육, 전산 관리를 다 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직접 거래처를 관리하여 매출을 창출하는 '직접 인력'입니다.
그러나 직원이 30명, 50명, 100명으로 불어나는 순간, 회사는 직접 매출을 단 1원도 내지 못하는 지원 및 관리 부서를 필수적으로 신설해야 합니다.
총무팀, 인사관리팀, IT 전산팀, 자금·회계팀, 서류 및 민원 업무지원팀, 신입사원 OJT 교육팀...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이 간접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건비와 부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합니다. 거래처를 관리해서 피땀 흘려 벌어온 돈의 상당 부분이, 조직의 삐걱거림을 막기 위한 관리 비용으로 고스란히 증발해 버리는 것입니다.
4. 파이는 커지는데 이익률은 줄어드는 기이한 역설
결국 어떤 기괴한 결과가 발생합니까?
겉으로 보면 연매출 10억 하던 사무실이 30억, 50억, 100억 원의 거대한 매출 외형을 자랑하게 됩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 세무법인은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구나" 하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냅니다.
하지만 실제 장부를 열어 실속을 까보면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체 파이 자체는 분명히 커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손에 쥐는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칩니다.
직원 10명 시절 35~40%에 달하던 순이익률이, 덩치가 커지고 간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15%, 10%, 심지어 5% 미만으로 쪼그라듭니다.
매출은 몇 배로 뛰었는데 대표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와 스트레스는 10배로 늘어나고, 통장에 떨어지는 진짜 순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경고하는 전형적인 '규모의 불경제'의 덫입니다.
5. "참 재밌는 사업이다, 그냥 이 시장은 답이 안 나온다. ㅎㅎ"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헛웃음이 나오는 재밌는 사업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거래처를 늘리고 조직을 키워놨더니, 이익률은 떨어지고 챙겨야 할 식구와 관리비만 태산처럼 쌓여가니 말입니다. 솔직히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냥 이 시장은 답이 안 나온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이 기형적인 게임의 룰을 명확히 꿰뚫어 보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맹목적인 몸집 불리기와 단순 거래처 개수 경쟁은 자멸의 지름길입니다. 규모의 불경제를 이겨내는 유일한 탈출구는, 비대해지는 간접비를 전산화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극도로 압축하고, 남들과 똑같은 푼돈 덤핑 기장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세무 컨설팅을 결합하여 단위당 단가와 품질을 획기적으로 재설계하는 길뿐입니다.
답이 안 나오는 시장이기에, 거꾸로 이 모순을 해결해 내는 자만이 진짜 위대한 혁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이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전장에서 냉소 대신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더 완벽하고 단단한 정평의 시스템을 설계하러 책상 앞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