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 공식 칼럼 (05)

그들만의 리그. 쫓아 갈 이유가 없다.

이민우 회계사 정평세무컨설팅 대표 공인회계사 이민우
· 2026.10.05 · 5분 독해
"그들의 최종 목표는 유저 확보와 기업가치 뻥튀기를 통한 '엑시트(Exit)'이지만, 우리는 기장과 세무로 사장님의 땀방울을 지켜내며 밥을 먹고사는 진짜 '서비스업'입니다. 목적지가 완전히 다른 대형 플랫폼의 헐값 치킨게임에 휘둘리지 말고, 진짜 장부가 필요한 10%의 대표님을 위해 12만 원어치의 압도적 가치를 설계하십시오."

"비즈넵, 삼쩜삼 같은 거대 세무 테크 플랫폼 때문에 앞으로 세무사·회계사는 다 굶어 죽는 것 아니냐?"

동료 회계사나 후배 세무사들을 만날 때마다 빠짐없이 듣는 푸념 섞인 질문입니다. 수백억 원의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을 등에 업고 TV와 유튜브를 도배하는 수수료 파괴 광고, '환급금 3초 조회', '월 3만 원 기장' 같은 파격적인 슬로건을 보고 있노라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세무 전문가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우리는 그들에게 단 1초도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진입 목적과 마케팅의 본질이 우리와 180도 다릅니다. 애초에 달리는 트랙도 다르고, 도착하고자 하는 결승선도 완전히 다른 자들의 경기입니다. 그들이 제아무리 화려한 폭죽을 터뜨린다 한들, 그것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며 우리가 그 뒤를 헐레벌떡 쫓아갈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1. 그들의 최종 목적: 유저 확보, 기업가치 뻥튀기, 그리고 'Exit'

우리는 매달 대표님들의 장부를 결산하고, 통장 내역과 세금계산서를 대조하며, 국세청의 소명 요구에 밤을 새워 방패막이가 되어주며 '기장 그 자체로 정직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의 전문가들입니다. 기장이 우리의 본업이자 생계이고, 고객과의 끈끈한 신뢰가 우리 사업의 영구적인 자산입니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법칙으로 움직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꼼꼼히 장부를 맞춰주는 세무적 장인정신이 아닙니다.

"이번 분기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몇만 명 증가했는가?"
"플랫폼에 등록된 누적 사업자 DB가 몇백만 건을 돌파했는가?"

그들은 분기마다 투자자(VC)들에게 보고할 화려한 트래픽 지표가 목숨보다 중요한 집단입니다. 사용자 수를 기형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그 트래픽 숫자를 근거로 다음 라운드에서 기업가치(Valuation)를 수천억 원으로 뻥튀기한 뒤, 최종적으로 기업공개(IPO)나 대기업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겨 나가는 '엑시트(Exit)'가 그들의 진짜 최종 종착역입니다.

그들은 엑시트의 축배를 들고 시장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사장님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 기장 시장을 묵묵히 지켜내야 합니다. 출발선과 종착지가 완전히 다른데 왜 그들의 광대놀음에 장단을 맞추며 스스로를 깎아내립니까?

2. 3만 원 기장과 환급금 유도: 기장 서비스가 아닌 '부가서비스용 미끼(Loss Leader)'

그들이 내세우는 '3만 원 기장'이나 '초저가 환급 대행'은 세무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절대 아닙니다. 마케팅 용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철저하게 기획된 '미끼 상품(Loss Leader)'에 불과합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신선식품을 원가 이하로 내던져 손님들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듯, 플랫폼은 세무 기장을 헐값에 던져 수많은 자영업자의 민감한 재무 데이터와 홈택스 연동 권한을 확보합니다.

그렇게 긁어모은 방대한 사업자 DB를 바탕으로 그들이 진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업자 대출 중개 수수료, 고금리 카드 매출 선정산, 법인 전환 브로커 연계, 정책자금 컨설팅, 각종 B2B 솔루션 및 보험 영업 같은 고마진 부가서비스입니다. 헐값 기장으로 유입된 고객들은 정성 어린 세무 케어를 받는 귀한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의 거대한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투입되는 '원자재이자 수수료 추출용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원 3~4명을 두고 매출이 수억 원씩 오가는 사업체의 복잡한 결산, 가지급금 정리, 재고자산 실사, 세무조사 모니터링을 월 3만 원짜리 자동 알고리즘이 책임져줄 수 있습니까? 어불성설입니다. 문제나 세무조사가 터지는 순간, 알고리즘은 면책 약관 뒤로 숨어버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주의 몫으로 남습니다.

3. 대한민국 880만 개인사업자의 통계적 진실: 왜 90%는 우리의 타깃이 아닌가?

국세청 최신 국세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사업자등록을 유지하고 있는 가동사업자는 1,0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중 개인사업자는 약 880만 명에 달합니다. 겉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시장 크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의 내면을 팩트 기반으로 냉정하게 뜯어보십시오.

880만 개인사업자 중 무려 85~90%(약 750만~800만 명)는 실질적으로 전문적인 복식부기 기장 서비스가 전혀 필요 없는 분들입니다.

매출 실적이 거의 없거나 사업자등록증만 내놓은 무실적·휴면 사업자, 간이과세자, 연 매출 수천만 원 이하의 단순경비율·기준경비율 추계신고 대상 소상공인, 그리고 배달라이더·대리운전·학원강사 등 3.3%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 프리랜서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분들에게는 국세청 간이 장부나 플랫폼의 원클릭 환급 서비스가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고액의 세무 수수료를 낼 이유도 없고, 복잡한 재무제표가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즉, 플랫폼이 자랑하는 수백만 유저의 90% 이상은 애초에 우리 세무사·회계사가 집중해야 할 타깃 고객층이 아닙니다.

우리가 상대하고 책임져야 할 고객은 나머지 10%(약 80만~100만 명)의 '진짜 성장 사업자'들입니다.

직원을 채용하여 4대 보험과 노무 리스크를 안고 가며, 재고자산과 고정자산을 운용하고,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환급·추징의 칼날 위에 서 있으며, 국세청 조사국의 모니터링 레이더에 잡히는 진짜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대표님들 말입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 10%의 대표님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기 사업과 인생의 명운이 걸린 세무를 단돈 몇만 원 싸다는 이유로 조잡한 플랫폼 알고리즘이나 3만 원짜리 얼굴 없는 세무사에게 맡기는 대표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4. 우리는 서비스업이다: 10만 원을 받으면 12만 원어치를 주어라

플랫폼이 가격 파괴를 외칠 때, 우리는 절대 그 진흙탕 가격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벤처 투자금으로 적자를 틀어막는 플랫폼과 가격으로 승부해서는 그 누구도 승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입니다.

서비스업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생존과 번영의 공식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해집니다.

1

10만 원 기장료를 받으면 12만 원만큼 서비스를 하면 됩니다.
남들이 기계적으로 영수증만 입력할 때, 한 걸음 더 들어가 사장님의 세무 리스크를 짚어주고 절세 포인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하십시오. 2만 원어치의 정성과 깊이가 고객에게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신뢰의 닻이 됩니다.

2

10만 원을 받으면서 8만 원어치만 서비스를 하면 고객은 결국 떠납니다.
고객은 숫자를 몰라도 대우받고 있는지 소홀히 취급당하고 있는지는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게 압니다. 전화를 피하고 질문에 건성으로 답하며 수수료만 꼬박꼬박 챙기는 태도가 바로 고객을 플랫폼의 품으로 떠미는 진짜 주범입니다.

3

10만 원을 내면서 30만 원어치 요구를 일삼는 진상 고객은 장기적으로 단호히 쳐내야 합니다.
비상식적인 야간·주말 호출, 불법적인 무증빙 경비 처리 강요, 상습적인 보수 연체를 일삼는 고객은 사무실의 모든 에너지를 갉아먹는 암세포입니다. 이런 악성 고객을 과감히 잘라내야만 우량 고객에게 온전한 12만 원의 정성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당당히 제시하고, 그 가격에 걸맞은 단단하고 빈틈없는 세무 안전망을 설계하십시오. 서비스를 포기하고 가격만 깎아내리는 순간,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잡상인으로 전락합니다.

5. 결론: 그들만의 리그를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만의 진짜 가치를 세워라

대형 플랫폼과 우리는 애초에 가는 길이 다릅니다.

그들은 그들의 리그에서 투자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트래픽 쇼를 벌이고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엑시트의 문으로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십시오. 그것은 그들이 감당할 몫이자 그들의 숙명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현장에서, 매일 피땀 흘려 직원 월급을 주고 회사를 키워나가는 대한민국 10%의 핵심 대표님들의 자본을 지키는 가장 신뢰받는 동반자가 되면 그뿐입니다.

"그들만의 리그. 쫓아갈 이유가 추호도 없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화려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고객의 눈을 바라보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진정성 있는 세무 서비스에 있습니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정직한 가치를 설계하는 전문가에게 위기란 없습니다.

이민우 대표회계사
이민우 공인회계사 대표

정평세무컨설팅 서울본사 대표회계사 (CPA / CTA DUAL)

포스코·삼성·현대 컨설팅 출신. 기장 시장의 불투명한 관행을 타파하고 합법적 철통 방어로 1000만 사장님의 땀방울을 지켜냅니다.

이전 칼럼: 최저가 기장료, 최저가 세무사의 비애 다음 칼럼: 사업을 해라